요즘 논쟁적인 스위스 건축물들 중 대부분은 일견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매우 비이성적이다. 일상적 건축 요소와 비일상적인 (abnormal) 요소의 병치를 통해 발생하는 감각적 이질감을 공간적으로 환기시키고 더 나아가 불가해 한 (Uncanny) 감정을 일으킴으로서 정적인 건축물에 끊이없는 생동감을 준다. 이는 마치 Donald Judd 나 Fred Sandback, Carl Andre 같은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작품을 볼때 느껴지는 감각과 비슷한다. 피지컬한 물체는 그것을 볼때 특정한 감각을 일으키는데 우리가 기묘한 수석이나 분재를 볼때 느껴지는 감정은 이러한 감각의 좋은 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축물은 이러한 감각을 일으키는 오브젝트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서 공간이 된다는 점에서, 건축을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각(감정)은 오직 건축물에서만 느낄 수있다는 점에서 유일무이 한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많은 현대 스위스 건축에 영향을 미치는데, 대표적으로 Herzog and De Meuron 는 건축물을 적절히 프로그램된 합리적 거주지의 개념으로서 만이 아닌 특정한 감각(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이자 그 자체로 조각과도 같은 오브젝트로서 이해하여, 이미 그들의작업 초기인 1970년대 부터, Joseph Beuys를 비롯하여 최근에 Aiweiwei로 이어지는 수 많은 예술가들과의 교류와 협업을 통해 그들의 작업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은 그들의 많은 작품들 (Tavole Stone House, Geotz museum, Ricola warehouse 등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던 건축의 실패(?) 이후 스위스의 이런 노력은 동시대에 다른 대륙에서 벌어지던 포스트 모던건축 운동과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흐르는데, 전자가 다양성과 지역성을 위시해서 건축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시도로서 현상적 투명성을 가지고 온다거나, 건축물을 이론적 탐구의 결과물 내지는 그를 위한 도구로서 사용했다라는 점이 특징이라면, 스위스의 그것은 오히려 실체적 실존적 객체로서 건축물을 바라보고 건축물 혹은 건축행위를 통해 할 수 있는 본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래서 스위스의 건축은 비균질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건축물(빌딩)을 만든다. 내 외부가 구분되고 벽과 지붕으로 둘러싸인 우리가 아는 지네릭한 공간을 통해 오히려 현대 건축의 집단적 획일주의와 이성주의를 비판하려 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에테하 같은 스위스의 많은 건축학교들이 비실체적 이론보다는 컨스트럭션에 중요한 의미를 둔다는 점은 시사 하는 바가크다. 물론 이들이 가르치는 것이 순수하게 테크니션을 만들기 위함이 아님은 명백하다. 오히려 이들의 연습은 보다 진짜같은 건축물을 만들면서 이를통해 실체적 장소를 만들고 그곳이 줄 수 있는 감각적 경험을 체득하기 위함이다. 이들에게 건축물은 가장 일상적인것인 동시에 가장 비 일상적인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Peter Zumthor는 그의 에세이Thinking Architecture 에서 어느 풍경 속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빛, 질감, 촉감, 소리 등 여러 감각을 일깨우는 공간의 질 그리고 그에 따라오는 감정에대해서 이야기 한다. 이는 노 건축가의 개인적 감상일 수 있지만 중요한것은 그가 어떤 공간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 장소가 아니면 절대 느낄수 없는 감각, 즉 장소로서 건축만이 줄수 있는 감동을 말한다는 점에서 동 시대 스위스 건축을 읽는 중요한 좌표가 된다. (그의 작품 kunsthalle bregenz를 보자.)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많은 건축가중, Peter Makli, Valerio Olgiati, Kristian Kerez, Raphael Zuber, Jose Luis Mateo, Andrea Deplazes 등 그리고 좀 더 젊은 Pascal Flammer 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성향은 많든 적든 앞서 말한 감각적 측면이 두드러진다. 물론 이러한 감각적 측면이란 말은 실체도 본질도 없는 것이기에 찾아서 보여주기도 설득해 내기도 쉽지 않다. 보통 왜? 라는 질문을 일으키는 요소들이고 명쾌하지도 않고 불친절한 이유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느낌이라는 것은 획일화된 모던 도시의 합리주의를 교모하게 비틀면서 다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단지 스위스 만의 현상으로서가 아닌 동시대의 건축적 흐름으로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2010년 프리츠커 프라이즈의 수상자인 SANNA의 멤버,니시자와 류에는 그의 강연에서 그가 작품을 시작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으로 새로운 감각을 찾는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세상에는 수천 수만가지의 테이블이 있고 그마다 다른 느낌을 주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든 테이블의 구조가 같다 (다리 위에 상판이 올려지는) 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가 말하는 감각이과 그리고 현재 스위스 건축가들이 하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이 서로 나누고 있는 것이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건축적 감각, 즉 그 곳에 서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건축만이 주는 즉물적 사고 체계안의 느낌,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아마 건축을 다른 어떤 분야와 다르게 하는 힘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